한 해를 돌아보는 길 위에서
우리가 가장 믿어야 할 이들의 무책임과 불성실과 끝없는 욕심으로 집이 무너지고 마음마저 무너져 슬펐던 한 해 희망을 키우지 못 해 더욱 괴로웠던 한 해였습니다
마지막 잎새 한 장 달려 있는 창 밖의 겨울나무를 바라보듯 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의 달력을 바라보는 제 마음엔 초조하고 불안한 그림자가 덮쳐옵니다
연초에 세웠던 계획은 실천했나요? 사랑과 기도의 삶은 뿌리를 내렸나요? 감사를 잊고 살진 않았나요?
달력 위의 숫자들이 눈을 크게 뜨고 담담히 던져 오는 물음에 선뜻 대답을 못해 망설이는 저를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는 주님
하루의 끝과 한 해의 끝이 되면 더욱 크게 드러나는 저의 허물과 약점을 받아들이고 반복되는 실수를 후회하는 일도 이젠 부끄럽다 못해 슬퍼만지는 저의 마음도 헤아려 주십니까?
정성과 사랑을 다해 제가 돌보아야할 가족, 친지, 이웃을 저의 무관심으로 밀어낸 적이 많았습니다 다른 이를 이해하고 참아 주며 마음을 넓혀 가려는 노력조차 너무 추상적이고 미지근할 때가 많았습니다
이웃과의 잘못된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도전과 아픔이 두려워 바쁜 일이나 거짓된 평화 속으로 자주 숨어 버린 겁쟁이였음을 용서하십시오
남에겐 좋은 말도 많이 하고 더러는 좋은 일도 했지만 좀더 깊고 맑게 자신을 갈고 닦으려는 노력을 게을리한 위선자였음을 용서하십시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보배'라고 늘상 되뇌이면서도 새롭게 주어지는 시간의 구슬들을 제대로 꿰지 못해 녹슬게 했습니다
바쁜 것을 핑계로 일상의 기쁨들을 놓치고 살며 우울한 늪으로 빠져들어 주위의 사람들까지 우울하게 했습니다
아직 비워내지 못한 마음과 낮아지지 못한 마음으로 혼자서도 얼굴을 붉히는 제게 조금만 더 용기를 주십시오 다시 시작할 지혜를 주십시오
한 해를 돌아보는 길 위에서 저녁놀을 바라보는 겸허함으로 오늘은 더 깊이 눈감게 해주십시오 더 밝게 눈 뜨기 위해...
출처 : 이해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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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삶의 향기
요즘은 나이 드는 것에 대해 의식을 하게 됩니다.
3, 40대에는 무턱대고 운동을 해도, 조금 무리하게 운동을 해도 탈이 없었는데, 지금은 조금만 무리해도 삐걱거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나이 드는 것에 대해 씁쓸한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탈무드)를 보면 이런 말이 있습니다.
"늙는 것을 재촉하는 네 가지가 있다. 그것은 두려움, 노여움, 아이, 악처이다."
좀더 젊게 살려면 이런 부정적인 것들을 마음속에서 몰아내야 합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 수록 순수를 잃어버리고 고정관념에 휩싸여 남을 무시하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도 모르게 왠지 뻔뻔스러워지고 우연한 행운이나 바라고 누군가에게 기대려 합니다.
도움을 받으려는 생각 남을 섬기기보다는 기대려 합니다.
도움을 받으려는 생각, 남을 섬기기보다는 대우를 받으려는 생각만 듭니다.
진정 우리가 이렇게 나약해져가고 있는 건 아닌지 누군가의 말에 쉽게 상처를 받고 이해하려는 노력보다 심통을 부리지는 않는지,
전철에서 누군가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다고 짜증을 내며 훈계하려하고
누가 자리를 양보해주기를 바라고 있는 건 아닌지 자신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마음이 늙으면 몸도 더 빨리 늙기 마련입니다.
"남자는 마음으로 늙고, 여자는 얼굴로 늙는다"라는 영국 속담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부정하거나 두려워해서도 안 되지만 젊은 날을 아쉬워해서도 안 됩니다.
젊은이들이 누리고 있는 젊음을 우리는 이미 누렸으며, 그런 시절을 모두 겪었다는 사실에 만족해하며 대견스러움을 가져야 합니다.
하지만 인생이란 결국 혼자서 가는 길이므로 독립적인 존재라는 인식을 가지고 살아야 합니다.
나이가 들 수록 그만큼 경륜이 쌓이므로 더 많이 이해하고 배려하고 너그러워져야 하는데 오히려 아집만 늘어나고 속이 좁아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루어놓은 일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기 삶에서 성취감을 느끼며 감사하며 살아갑니다.
그런 사람은 나이가 들 수록 넓고 큰마음을 갖습니다.
반면 늘 열등감에 사로잡혀 패배의식으로 세상에 대한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사람은 작고 닫힌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그러면 나보다 어린 약자인 사람에게 대우를 받으려 하고 편협해집니다.
나이가 들 수록 더 대우받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들을 갖게 됩니다.
서로가 대우를 받으려고 하면 매사가 부대끼게 됩니다.
어떻게 살아왔든 지금의 이 삶을 기왕이면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만족하며 살아야 자기 주변에 평안함이 흐릅니다.
나이가 든 만큼, 살아온 날들이 남보다 많은 사람일수록, 더 오랜 경륜을 쌓아왔으므로 더 많이 이해하고, 더 많이 배려하며,
넉넉한 마음으로 이웃을, 아랫사람들을 포용함으로써 나이 듦이 얼마나 멋진지를 보여주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주름살과 함께 품위가 갖추어지면 존경과 사랑을 받는다"는 위고의 말처럼,
마음의 향기와 인품의 향기가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 좋은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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