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들이대면 처녀들은 얼굴이 빨개져서 달아났다. 염소와 송아지를 모는 아이들,
물동이와 땔감을 머리에 이고 다니는 아낙네들의 표정은 밝고 순수했다.
30여 년 전 섬사람들의 생활은 척박했다.
그때 그 시절의 사진을 다시 정리하면서 「우리가 이렇게 험난했던 시절을 돌파해 왔구나」
하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그래도 그 시절엔 꿈이 있었다.
30여 년 전 낙도를 돌면서 필자는 꿈을 꾸었다.
해안의 바위에서 부서지는 하얀 파도, 수정같이 맑은 쪽빛 바다, 바람을 타고 비상하는
갈매기를 바라보면서…. 그때 꿈꾸었던 오늘이 과연 그때만큼 행복한 것인지, 자신이 없다.
그 섬에 살았던 가난한 이들은 그 뒤 어떻게 살았을까?
환한 웃음과 숨결이 지금도 느껴지는 흑백 사진 속의 아이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 글. 사진 : 사진작가 전 민 조
■ 전민조(田敏照)는 1944년 일본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인천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서라벌 예술대 사진과(現 중앙대)를 졸업하고
여원사, 한국일보, 동아일보 사진기자를 거쳐, 현재는 대학에서 포토저널리즘과 사진윤리를
강의하고 있으며, 프리랜서 사진가로 활동 하고 있다.